
요즘은 Mid-Assessment,
중간 발달 평가를 작성하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는 선생님들이 무척 바빠집니다.
한 학기 동안 아이들을 관찰한 내용을 토대로
각 아이의 발달 상태를 정리하고
평가하는 작업을 합니다.
제가 배정 받은 아이들 중
첫 번째로 작성하게 된 아이는
사하스입니다.
사하스는,
나중에 커서 어떤 사람이 될까
궁금증을 유발하는 아이 중 하나입니다.
흔히 말하는
“저 녀석은 커서 뭐가 될라나~”
같은 뉘앙스가 아니라,
정말 진심으로
“이 아이는 커서 어떤 멋진 사람이 될까?”
라는 기대를 하게 만드는 아이입니다.
사하스는 네팔 백그라운드 소년입니다.
차분하고,
자기 감정을 스스로 조절할 줄 알고,
상황을 빠르게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을
조리 있게 말할 줄 아는 아이입니다.
옳고 그름에 대한 기준도 분명하고,
친구들을 돕고 선생님을 돕고,
필요할 때는 기다릴 줄 알고,
또 양보할 줄도 압니다.
그런데 의외의 한가지,
사하스는 평소에 잘 울지 않는 아이인데
두어번 등원하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소리내어 우는 소리를 들었는데
우는소리가….
익룡소리 비슷한….까악까악
우는 소리 조차 비범한 우리 사하스입니다.😉
30도가 훌쩍 넘는 어느 대낮,
사하스는 혼자 땡볕 속에 나무에 기대어
앉아 있었습니다.
친구들하고 안놀고 혼자서 뭐하나,
무슨 일이 있나 걱정되어
“사하스, 밖은 너무 덥고 해가 뜨거우니
방으로 들어가거나 그늘로 가자.”
했더니, 시크하게 한마디 하더군요.
“저는 햇빛 속에 혼자 앉아 있는 거 좋아해요.”
그 말을 들은 저는
그저 “아... 그래...조금 있다 들어와”
밖에 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사하스는 명상하듯
한동안 그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또 한 번은
신발을 좌우 바꿔 신은 것을 보고
“사하스, 신발 잘못 신었네?” 하니,
“전 이게 편해서 이렇게 신은 거예요.”
이렇게
자신의 선택을 당당하게 말했습니다.
어느 날,
아이들이 모여 장난을 치다가
조금 시끄러워졌습니다.
거의 울지 않던 사하스가
눈가를 훔치고 있기에 불러서 물었더니,
(분명히 누군가가 사하스를 밀었고
뒤로 넘어졌던 사하스는
일어나면서 눈물을 훔치는걸 내가 봤는데,
눈은 벌겋고
볼에는 눈물이 흐른 자국이 선명한데,)
사하스는
“안 울었어요. 그냥 조금 슬퍼서 그래요.”
하고 조용히 말했습니다.
저는 그저 눈물을 닦아주면서
더 묻지 않고
도움이 필요하면
나한테 달려오라고 말했습니다.
가끔 아이들은 별것도 아닌 한마디에
속상해 하고 울고
그러다 싸움으로 번지고 그럽니다.
어떤 아이가 먼저
‘너는 이런것도 못하지,
넌 이런것도 없지,
니가 졌어….’
이렇게 놀리듯이 한마디 하면
‘선생님 ,얘가 나보고 **래요.’
하면서 저에게 와서 웁니다.
좀 과격한 아이는
그런 말을 들으면
손이 먼저 나가기도 하고요.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서
제가 며칠전에 아이들에게 이야기 했습니다.
‘다음번에 누가 너에게 또 그렇게 얘기하면,
근데 그게 사실이 아니라면
울거나 싸우지 말고
두손으로 귀를 막고
‘그건 니 생각이고. 난 괜찮아.'
"That’s what you think, but I’m fine.”
라고 하라 했습니다.
"사실이 아닌 말에 오늘 니 기분을 망칠 필요는 없어."
라고 얘기해 주었습니다.
그날도
저 멀리 아이들이 모여있었는데
그 사이에
두 귀를 막고 있는 사하스가 보였습니다.
가까이 가보니
금새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이
두눈엔 눈물이 가득 고여있었고
얼굴을 벌게져서
한눈에 봐도 억울함에
울음을 꾹꾹 눌어 참고 있는 얼굴로
"That’s what you think, but I’m fine."을
계속 말하고 있었습니다.
사정을 들어보니 달리기를 했는데
사하스가 1등으로 들어왔고
뒷따라 들어온 헌터가
‘니가 진거야. 니가 이긴거 아냐’
이렇게 계속 이야기 하니
그말을 들은 사하스는 억울했지만
그 감정을 스스로 다스리고 있었던겁니다.
사하스는
자신의 감정도 잘 다스리지만
다른사람의 감정 또한 잘 이해합니다.
웃긴 얘기로 주변 사람들을 웃기기도하고,
친구들이나 선생님이 도움이 필요할때면
기꺼이 손을 내밀어 돕습니다.
물론 사하스도
다른 아이들과 같이
까불고 소리도 지르고 화도 내고 합니다.
그런데 가끔 이렇게 의젖한 모습을 보이면
대견한 마음이 드는게 사실입니다.
10년, 20년 후에 이 아이는
얼마나 착하고 아름다운 청년으로 자라있을까
기대가 됩니다.
사하스는 친구들과 놀때
가끔 이렇게 말합니다.
"I want to be a leader."
다른 아이들도,
특히 남자아이들은
리더가 되고 싶어하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이 또래 아이들은
말썽꾸러기 리더를 따르며
웃고 떠들고 즐기는걸 좋아하지요.
그러나 우리 사하스는
조용한 강단과 따뜻한 마음을 가진
모두가 신뢰하고 따를 수 있는
멋진 리더가 되길 바래봅니다.
‘사하스’는 분명 세상에 선한 영향을 주는
멋진 어른이 될 것같습니다.
그런 미래를 응원하며,
오늘도 저는 아이들과 함께 배워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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