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유치원과 어린이집도 한국처럼 각기 다른 교육 철학을 가지고 운영되고 있습니다.
어떤 곳은 아카데믹 중심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어떤 곳은 자유놀이 중심의 교육을 지향하기도 하지요.
제가 현재 일하고 있는 어린이집은 자연과 가까운 환경에서 놀이를 통한 배움을 추구하는 곳입니다.
저는 킨더 선생님과 또 다른 디플로마 선생님과
셋이서 3~4세 킨더반을 담당하고 있어요.
우리 반의 하루 루틴은 이렇습니다
아이들은 등원 후 오전 9시 15분까지 실내와 야외에서 자유 놀이를 즐깁니다.
자연 그대로의 놀이터에서 맨발로 흙을 밟고, 나뭇가지나 돌멩이를 장난감 삼아 노는 모습을 보면
그야말로 자연이 최고의 교구라는 생각이 듭니다.
9시 15분쯤에는 모두 함께 모여 그룹 타임을 가집니다.
간단한 인사 노래, 짧은 활동, 스토리 타임 등을 하며 하루를 시작해요.
이 시간에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애보리지날 문화 교육입니다.
호주의 유아 교육에서는 원주민 문화에 대한 존중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매일 'Acknowledgement of Country'를 낭송하며
우리가 이 땅 위에 서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애보리지날 노래를 부르고,
전통 아트와 동물들에 대해 배우는 것도 일상 속 중요한 부분이에요.
그룹 타임이 끝난 후에는 모닝티 타임, 즉 오전 간식 시간이 이어집니다.
오전 간식으로는 주로 과일을 먹습니다.
사과, 배, 바나나, 오렌지 등등
이후에는 다시 자유 놀이 시간이 펼쳐집니다.
실내외를 오가며 다양한 재료로 놀이를 하고,
소그룹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만들기 활동을 하기도 합니다.
대부분 자연물이나 재활용품을 활용합니다.
나뭇잎, 나뭇가지, 종이 상자, 병뚜껑 등… 버려지는 것들이
아이들의 상상력으로 멋진 예술작품으로 탄생하곤 합니다.
11시 30분쯤 점심을 먹은 후에는 낮잠이나 휴식 시간이 이어집니다.
아이들 대부분은 조용한 음악과 함께 잠들고,
휴식이 필요한 아이들은 책을 읽거나 조용한 활동을 하며 쉼을 갖지요.
오후 2시쯤
에프터눈 티타임, 오후 간식시간을 갖습니다.
오후 간식은 다양해요.
컵케잌, 요거트, 쿠키, 과일크럼블...
오늘의 메뉴는 뭘까 저도 약간 기대...
다시 자유 놀이 시간, 그리고 4시쯤부터는 부모님들의 픽업이 시작됩니다.
자연과 함께 배우는 일상
우리 아이들은 점심 후 남은 음식물 찌꺼기를 분리해 Worm Compost(지렁이 퇴비통)에 넣는 활동도 합니다.
아이들은 날파리가 윙윙거리는 통 속을 신기한 눈으로 들여다보며 지렁이를 찾아 손에 올려보기도 해요.
이런 경험이 자연스럽게 생태 교육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참 인상 깊습니다.
비가 오는 날에도 크게 춥지 않다면, 아이들은 장화를 신고 물웅덩이에 첨벙이며 놉니다.
장화를 신어도 머리부터 양말 끝까지 흠뻑 젖는 날도 많지요.
그런 날 아이들은 온몸으로 말합니다.
"오늘도 정말 잘 놀았어요!"라고요.
흙 묻은 손, 까매진 발, 까진 무릎까지 모두가 하루의 기록이 됩니다.
아이들과 함께 뛰어노는 나의 하루
아이들이 노는 동안
교사의 역할이 단순히 다치지 않도록 지켜보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이 일이 무척 쉬워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넘치는 에너지를 가진 아이들과 하루 종일 함께 뛰어놀며,
아이들의 생각을 읽고
감정에 공감하기 위해
끊임없이 마음을 쓰는 일은 결코 만만하지 않습니다.
저는 이 일에 진심을 다하고 싶기에, 매일 아침 Gym에 들러 운동을 하고 출근합니다.
체력이 곧 경쟁력이라는 걸 몸으로 느끼며,
오늘도 아이들과 함께 최선을 다해 하루를 보냅니다.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하루는 정말 행복합니다.
자유롭게 뛰놀고 자연을 벗 삼아 자라는 아이들을 보면,
가끔은 저도 그런 유아기를 보냈다면 어땠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호주의 유아 교육은 아이들의 자율성과 감성을 존중하고,
그 안에서 배움을 이끌어내는 점에서 많은 매력을 느낍니다.
이곳에서의 경험들을 앞으로도 천천히 나누어 보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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