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k Music

요즘 저는 히트에 대해 생각이 많습니다.
히트는 우리 반에 들어온 지 두 달쯤 된 아이입니다. 매우 사교적이고, 애교도 많으며, 선생님이건 아이들이건 한 번 들은 이름은 잊지 않을 만큼 똑똑한 아이입니다.
하지만 요즘 히트는 어린 아이들을 (적어도 제 눈으로 보기에는) 재미로 괴롭히거나, 이유 없이 때리거나 밀기도 합니다.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친구들을 할퀴거나 물기도 하고, 최근에는 선생님에게 물건을 던지는 행동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 히트의 행동에 대해 선생님들이 훈육을 시도하면, 가볍게 비웃으며 도망가버리곤 합니다.
이런 장면을 마주할 때마다 저는 황당하기도하고 화가나기도 하고 한동안 맘이 편치 않는, 복잡한 감정을 느낍니다.
이런 제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또 어떤 자세로 아이를 바라봐야 할지 깊은 고민이 생겼습니다.
 

‘Shark Music’

이번주 Circle of Security 교육에서 배운 것 중 하나가 Shark music 이라는 것입니다. 이번주 내내 이 개념을 생각하며 히트와의 관계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Shark Music’이란 부모나 교사가 아이의 감정에 공감해야 하는 순간, 불편함이나 두려움 같은 강한 감정이 예기치 않게 올라오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로 인해 부모나 교사는 아이에게 의도하지 않은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감정들이 단지 아이의 행동 때문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과거 경험이나 내면의 미해결된 감정에서 비롯될 있다는 입니다.
 

Shark Music의 예시

1. 아이가 크게 화를 낼 때

  • 상황: 5살 아이가 원하는 장난감을 갖지 못해 바닥에 드러누워 울고 소리를 지릅니다.
  • 반응: "조용히 해!", "그렇게 하면 아무도 널 좋아하지 않아!" 등 비난하거나 무시합니다.
  • 아이의 입장: 자신의 감정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느끼며, 감정 표현을 위험하다고 인식하게 됩니다.
  • Shark Music의 배경: 본인이 어릴 때 감정을 표현하면 억눌렸던 경험, 또는 부모의 분노가 무서웠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아이가 감정을 터트렸을때 비난 무시의 반응이 나옵니다 .

2. 아이가 슬픔을 표현할 때

  • 상황: 7살 아이가 친구와 다투고 와서 "아무도 나를 안 좋아해!"라며 울음을 터뜨립니다.
  • 반응: "그런 일로 울어?", "울지 마, 맛있는 거 줄게" 등 감정을 덮으려 하거나 무시합니다.
  • 아이의 입장: 슬픔이 존중받지 않는다고 느끼며,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피하게 됩니다.
  • Shark Music의 배경: ‘울면 약하다고 혼났던 기억’, ‘슬픔을 표현하지 못했던 어린 시절’이 다시 떠오르면서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덮으려는 반응이 나옵니다.

3. 아이가 실수했을 때

  • 상황: 4살 아이가 물을 따르다 실수로 바닥에 쏟습니다.
  • 반응: "또 왜 그래!", "조심 좀 해!" 등 화를 냅니다.
  • 아이의 입장: 실수는 나쁜 것이며, 자신은 부족하다는 메시지를 받습니다.
  • Shark Music의 배경: 어릴 적 실수로 꾸중을 들었던 경험, 완벽을 요구받았던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실수를 인정하고 다독이기보다 결과에 대해 화를 냅니다.

4. 아이가 훈육을 무시하거나 비웃을 때 

  • 상황: 아이가 훈육을 듣지 않고 눈을 깔거나 씨익 웃으며 도망갑니다.
  • 반응: "지금 비웃는 거야?", "말대답 하지 마!" 등 격분하거나 감정적으로 대응합니다.
  • 아이의 입장: 부모 또는 교사의 감정 폭발에 위축되거나,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전달할 기회를 잃습니다.
  • Shark Music의 배경: 통제력을 잃을 것 같은 두려움, 또는 내가 좋은 교사인지 의심하게 되는 마음이 올라오면서 아이를 감정적으로 대하게 됩니다.

상어 음악(Shark Music)을 불러오는 상황

  • 어릴 적 아픔이 떠오를 때: 부모님 자신이 어린 시절에 충분히 사랑받지 못했다는기억이 있거나, 부모님이 나에게 특정 감정을 표현하면서 혼났던 경험이 있다면, 아이가 비슷한 감정을 보일 때 나도 모르게 마음이 불편해질 수 있습니다.
  • '내가 좋은 부모(혹은 선생님)인가?' 하는 의심: 아이의 훈육이 잘 통하지 않거나, 아이가 내 기대만큼 따라주지 않을 때, "내가 과연 좋은 부모(혹은 선생님)인가?", "나는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는 건가?" 하는 무력감이나 양육에 대한 실패감이 밀려올 수 있습니다.
  • 특정 감정은 피하고 싶을 때: 어떤 부모님은자신의 어린 시절에 그런 감정들을 억눌렀던 기억이 있을경우 아이의 강한 분노나 슬픔을 보는 것이 힘듭니다. 그래서 아이가 이런 감정을 표현하면, 나도 모르게 그 감정을 피하거나 오히려 아이에게 화를 내게 될 수 있습니다.
  • 나의 양육자가 그랬으니까: 우리는 자라면서 부모님에게서 배운 양육 방식을 무의식적으로 따라 하게 됩니다. 만약 나의 부모님이 특정 행동이나 감정에 대해 비판적이었다면,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그렇게 반응하게 될 수 있습니다.
  • 부담감과 압박감: 완벽한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사회의 기대나 주변의 시선 때문에 압박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이가 소위 '문제 행동'을 보일 때 이런 압박감이 '상어 음악'이 되어 과도하게 반응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Shark Music을 인식하고 다루는 방법

  • '아, 지금 상어 음악이 울리는구나!' 알아차리기: 가장 먼저, 자신의 감정이 폭발하거나 불편해지는 순간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 내가 왜 이렇게 화가 나지?" 하고 잠시 멈춰 서서 스스로에게 질문해 봅니다.
  • 원인 탐색하기: 이 감정이 아이의 행동 때문인지, 아니면 내 과거의 어떤 경험이나 미해결된 감정과 연결되어 있는지 탐색해 봅니다. '내가 좋은 부모/선생님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 때, 그 근원에는 어떤 불안감이 있는지 돌아보는 것입니다.
  • 잠시 멈추고 숨쉬기: 감정에 휩쓸려 즉각적으로 반응하기보다, 심호흡을 하며 한 발짝 물러설 시간을 가집니다.
  • 자신에게 자비로운 태도 갖기: 모든 부모가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실수하고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임을 인정하고, 자신에게 너무 가혹하게 비난하지 않습니다.
  • 전문가의 도움 구하기: '상어 음악'이 너무 강하게 느껴지거나 혼자서는 다루기 어렵다면, 심리 상담이나 양육 코칭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Circle of Security 교육에서는 아이와 부모, 아이와 선생님 간의 애착에 관한 내용뿐만 아니라, 아이를 돌보는 어른으로서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도 함께 나눕니다.
완벽하지 못한 나 자신을 자책하기보다는, 내가 아이에게 보이는 반응의 원인을 내 안에서 찾아보고 그 문제를 어떻게 다룰 수 있을지를 탐색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 대표적인 개념 중 하나가 바로 'Shark Music'이었고, 이 개념은 단지 아이와의 관계뿐 아니라, 나를 둘러싼 모든 관계 속에서 나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게 해주는 도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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