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센터로 출근하기 전 저는 기도합니다.
“오늘도 아이들 모두 다치지 않고,
즐겁고 행복한 하루가 되게 해 주세요.”
일하면서 받는 가장 큰 스트레스 중 하나는
바로 아이들이 다치는 순간입니다.
아무리 조심하고, 주의해도
순식간에 벌어지는 일들이 있지요.
며칠 전, 하루 일과가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습니다.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픽업하러 오시는 시간이라
저는 교실 안에서 부모님들을 맞이하고 있었어요.
그때, 릴리가 뛰어 들어와 외쳤습니다.
“밖에서 애들이 싸워요!”
급히 밖으로 나가보니,
우리반 앞 야드에서
히트와 알렉스 사이에 충돌이 있었습니다.
우리 센터에서 가장 큰 아이들의 반 Room7에는
두 명의 알렉스가 있어요.
한 명은 긴 갈색 곱슬머리를 가진,
조용하고 순한 순둥이 알렉스.
다른 한 명은
이름만 들어도 모든 선생님들이 긴장하는,
항상 사건의 중심에 있는 금발머리 알렉스입니다.
물고, 때리고, 밀고…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친구지요.
그리고 히트는
센터에 다닌 지 두 달쯤 된 우리반 친구입니다.
처음에는 명랑하고 말도 잘하고
사교성도 좋은 밝은 친구 였는데,
요즘은 완전히 적응을 하고 맘이 편해졌는지
자기 감정을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주변 친구들을 밀치거나 다치게 하는 행동을 보여
요즘 계속 훈육 중입니다.
상황은 이랬습니다.
Room7의 금발머리 알렉스가 우리반 야드로 왔고, Room7은 우리반과 가장 먼 곳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알렉스에 대해 알 리가 없었던 히트는
평소 다른 아이들에게 하듯
알렉스에게 시비를 걸었고…
가만히 있을 알렉스가 아니었습니다.
릴리의 말에 놀라 뛰어나가 제가 본 것은,
히트는 땅에 엎드려 있고,
알렉스는 그 위에 올라타
히트의 등을 물고 있었습니다.
저는 너무 놀라 뛰쳐나가 아이들을 떼어냈고,
히트의 등에 난 선명한 이빨 자국을 보고
그야말로 머리가 하얘졌습니다.
두꺼운 티셔츠 위에도 이빨 자국이 선명했고,
옷 안 등 피부에는 두 개의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금세 피멍으로 바뀌었어요.
누가 봐도 온 힘을 다해 문 흔적이었습니다.
이런 순간이 가장 괴롭습니다.
‘이 아이 얼마나 아플까?’
‘부모님이 보면 얼마나 속상할까?’
‘선생님들은 뭘 했냐는
컴플레인이라도 오면 어쩌지…’
온갖 걱정이 한꺼번에 머리를 스치며
순간 멘붕에 빠졌습니다.
조금은 큰 소동이었기에
다른 반 선생님들도 함께 상황을 수습해 주셨고,
저는 아이를 달래고, 얼음찜질을 하며
사고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그때
히트의 아버지가 히트를 데리러 오셨습니다.
히트는 제 무릎에 엎드려 있었고,
저는 등을 얼음찜질 해주며
사고 내용을 정리하던 중이었어요.
아버지께 사건을 설명하고
히트의 등을 보여드렸습니다.
그 상처를 본 아버지께서는
아이를 안고 제 옆에 앉아,
히트의 눈을 똑바로 보며 이렇게 말씀했습니다.
“무는 건 좋은 거야? 나쁜 거야?
물려보니까 어때?”
그리고는 저를 보고 말씀하셨어요.
“히트에게 좋은 경험이 될 거예요.
이 사건을 통해 많은 걸 배울 겁니다.
걱정 마세요.”
사실 히트가 친구들을 다치게 하는 경향이 있다고
몇 차례 부모님께 말씀드린 적이 있었지만,
어떤 부모라도
자신의 아이가 센터에서 상처를 입고 오면
감정이 앞서기 마련인데,
그날 히트 아버지의 태도는
저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 주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사고로 정신이 없었던 하루의 끝,
그 아버지의 한 마디가
제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었습니다.
아이들을 돌보는 일은
늘 예측 불가능한 순간의 연속입니다.
그 속에서 우리는
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부모님들과 함께 성장합니다.
그날 있었던 사건은 분명 속상하고
당황스러운 순간이었지만,
히트 아버지의 따뜻한 말 한마디 덕분에
소중한 배움을 얻을 수 있었던 하루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저는 다시 내일의 기도를 준비합니다.
“내일도 아이들이 다치지 않고,
행복하고 건강하게 자라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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