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조용한 아이, 디에고
디에고의 부모님은 인도네시아에서 오셨습니다.
디에고는 집에서 막내이고, 많이 마른 편이고, 루벤처럼 안경을 썼으며, 요즘은 토일렛 트레이닝의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항상 조용하고 얌전한 디에고를 보면, 어느 순간부터 제 마음 한 켠이 짠해지곤 합니다.
항상 기다리는 아이
우리 센터에서는 간식 시간과 점심 시간이 되면 테이블 중앙에 음식을 놓고, 아이들이 차례로 돌아가며 스스로 먹을 만큼 덜어 먹습니다.
마치 외국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장면처럼, 식탁에서 음식을 담은 접시를 서로 주고받으며 자신이 먹을 만큼 덜어 먹는 문화를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아직 어린 아이들이다 보니 자기 차례를 기다리지 못하고 먼저 먹겠다고 나서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접시가 오기 전에 "마이 턴!"을 외치며 재빠르게 손을 내미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디에고는 항상 조용히 기다립니다.
모든 아이들이 다 지나간 후에야 조심스럽게 음식을 덜어 가는 모습은, 오히려 어른스러울 정도입니다.
더 먹고 싶은 아이들은 접시를 자기 앞으로 당겨 양껏 담아가고, 어떤 아이들은 “more please!”를 큰 소리로 외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디에고는 늘 조용합니다.
누군가 “디에고, 더 먹을래?”라고 먼저 물어보기 전까지는, 스스로 더 달라고 말하는 일이 없습니다.
상처
올해 초 어느 날, 디에고의 토일렛 트레이닝을 시작하기 전 기저귀를 갈아주기 위해 살짝 웃옷을 들어올렸습니다.
저는 디에고의 작은 배를 가로지르는 길게 남겨진 수술 자국을 보게 되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거니.
아직까지 저는 누구에게도 디에고의 상처에 대해 물어보지 않았지만 그 상처를 본 이후로 디에고를 보면 마음 한켠이 짠합니다.
다정한 친구가 되고 싶은 아이
디에고는 조용한 아이지만, 활발한 친구들과 함께 놀고 싶어 합니다.
그는 늘 뒤에서 아이들을 따라다니며 조용히 어울리려 애씁니다.
다행히 아이들도 디에고를 밀쳐내거나 따돌리는 일은 없지만, 때로는 완전히 무리에 섞이지 못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디에고는 그런 상황을 전혀 내색하지 않습니다.
어느 날, 아이들이 역할 놀이를 하며 “너는 엄마, 너는 아빠, 너는 아기” 하고 역할을 나누고 있을 때였습니다.
디에고는 말없이 한쪽에 앉아 강아지 역할을 맡아 엎드려 있었습니다.
저는 그 모습이 왠지 짠하게 느껴져 “디에고, 너도 아기 하면 좋겠어”라고 말을 건넸습니다.
그러자 디에고는 환하게 웃으며 “나는 강아지가 좋아요”라고 말했습니다.
제 마음의 감정이 혹시 선입견이었을까.
어쩌면 디에고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충분히 놀이를 즐기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디에고를 볼 때마다 한 번 더 말 걸어주고, 한 번 더 안아줍니다. 그러면 디에고는 언제나처럼 조용히 안기고, 조용히 미소 짓습니다.
소리 없이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디에고를 보면, 저도 모르게 더 많은 사랑을 주고 싶어집니다.
우리가 놓치기 쉬운 아이들의 작은 신호들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세상과 소통합니다. 어떤 아이는 크고 밝은 목소리로, 또 어떤 아이는 조용한 눈빛과 몸짓으로 자신의 마음을 전합니다.
디에고처럼 말없이 배려하고, 눈에 띄지 않게 자리를 지키는 아이들은 자칫 우리의 관심에서 벗어나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런 아이일수록 더 많은 이야기를 마음속에 품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른인 우리는 아이들의 작은 행동 하나, 조용한 미소 하나에 담긴 의미를 놓치지 않도록 마음을 열어야 합니다.
디에고는 우리에게 가르쳐줍니다. 소리 없는 배려도 사랑이고, 조용한 존재감도 분명히 빛날 수 있다는 것을요.
앞으로도 저는 디에고 같은 아이들의 작은 신호에 더 귀 기울이며, 따뜻한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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