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의 이야기를 하기 전에 제 껌딱지 그레이스 얘기부터 해야겠네요.

아기 그레이스
그레이스는 제가 작년에 Room5에 있을 때 우리 반에서 막내였어요. Room5는 6개월 아기부터 3살 토들러까지 섞여 있는 반이었지요.
그레이스가 처음 센터에 왔을 때는 이제 겨우 6개월, 아직 먹고 자는 것이 하루 일과였고, 겨우 혼자 앉을 수 있을 정도였지요.
그레이스의 엄마는 픽업이 늦는 편이라서, 제가 늦게 끝나는 날이면 우리 둘이 미끄럼틀 근처 매트리스에 앉아 놀면서 엄마를 기다리곤 했지요.
우리는 베스트프렌드
거의 매일 등원하는 그레이스와 저는 베프가 되었고, 방이 바뀐 지금도 그레이스는 열심히 우리 방에 찾아옵니다.
뒤로 넘어갈까 불안하게 앉아 있던 6개월 그레이스는 이제는 걷고, 뛰고, 기어오르고, 못 하는 게 없을 정도예요.
올해 저는 Room6로, 그레이스는 Room5에 남게 되었어요.
어느 날 갑자기 저쪽에서 누가 뒤뚱뒤뚱 아장아장 걸어오며 “애니!!!” 하고 저를 부릅니다.
그레이스였어요.
'어! 네가 내 이름을 부른다고?'
제 이름을 처음 부르던 그날, 얼마나 신기했는지 몰라요.
‘네 마음에 내가 있었구나…’
픽업을 온 엄마가 제게 핸드폰에 찍은 동영상을 보여줬습니다.
그레이스가 하루 종일 집에서 “애니, 애니” 외치며 돌아다닌다고요.
사랑의 언어는 따로 있지 않아요
제가 그레이스를 안아줄 때마다 한국말로 “이그! 이뻐, 이뻐” 하면서 얼굴을 쓰다듬었는데,
이젠 그레이스가 파란 눈을 깜빡이며 저에게 “이뻐, 이뻐”라고 합니다.
언어는 달라도 사랑은 통한다는 걸 아이가 보여주네요.
드라마 퀸 그레이스
그레이스의 별명 하나는 ‘드라마 퀸’이에요.
아장아장 걷다가 살짝 걸려 넘어지기라도 하면, 넘어진 그 자리에 넘어진 모습 그대로 고개를 푹 숙이고 꼼짝 않고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소리 내어 서럽게 울어요. ‘나 넘어졌으니 누가 와서 좀 일으켜’라고 말하듯이.
그럴 때 제가 조용히 뒤에서 “stand up”이라고 말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 가던 길을 갑니다.
한참 짜증 부리고 울고 있을 때, 말없이 다가가 콧잔등을 쓸어내리며 “원, 투, 쓰리”까지 세면 울음을 뚝 그칩니다.
우리만의 대화예요.
“너 괜찮아. 울 필요 없어.”
포옥 안기는 아기
그레이스는 안아주면 아주 포–옥 안기는 아기예요.
‘Grace is very cuddly’라는 표현을 쓰죠.
그렇게 안고 있으면 따뜻한 에너지가 전해지는 것 같아요.
서로 교감하고 위로를 주고받는 느낌이랄까요.
돌봄 그 이상의 감정
제가 이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것 같지만, 알고보면 제가 우울할 때 저를 웃게 하고, 외롭다고 느낄 때 저를 안아주며 제 감정을 돌봐주는 소중한 존재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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