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벤(Rube)은 그레이스의 오빠에요.
작년에 저와 함께 루벤, 그레이스가 모두 Room5에 있었는데, 올해 그레이스는 Room5에 남고, 루벤과 저는 Room6로 옮겨졌습니다.
우리 그레이스의 드라마퀸 기질은
루벤의 영향이 크지 싶어요.
루벤은 기분이 상한 일이 있으면 저만치 혼자 달려가
두 주먹을 쥐고 씩씩거리면서
'I don't like this!'
를 외칩니다.
그리고 그대로 두면 한참을 혼자 있다가,
어느새 진정되어 환하게 웃으며
다시 돌아옵니다.
루벤과 그의 절친들
루벤의 베스트 프렌드들은
테이툼(Tatum)과 사하스(Saahas)예요.
루벤은 호지 본토 소년, 테이툼은 베트남 소년
그리고 사하스의 부모님은
네팔에서 오신 분들입니다.
이 세 녀석들은 작년에 다같이 저와 함께 모두 Room5에 함께 있었고,
올해는 루벤과 사하스는 저와 함께 Room6로,
테이툼은 Room1으로 가게 되었어요.
하지만 테이툼은 아침 등원시
일단 저희 방으로 “출근”을 하시고(^^)
두세시간 정도 지난후
Room1 선생님이 데리러 오시거나,
우리가 Room1으로 데려다 줍니다.
셋이서 하는 가장 즐겨하는 놀이는
스파이더맨 놀이예요.
셋은 항상 어딘가에서
꽁냥꽁냥 무언가를 하고 있습니다.
루벤과 파란색 안경
작년, 루벤과 Room5에 지내는 동안
저는 루벤이 책을 보거나 식사를 할때
책이나 음식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보는 것을
자주 발견했어요.
루벤은 시력이 좋지 않았어요.
눈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은
다른아이들에게
과격한 행동을 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눈이 잘 안보이니
상대방의 행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밀치거나 때리는 행동이 반복되었습니다.)
결국, 그 어린 녀석이 안경을 쓰기 시작했어요.
어느날 파란 안경테의 안경을 쓰고 나타났는데
초등학교 1학년때 부터 안경을 쓰기 시작한
제 아들이 생각나 마음이 짠했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루벤을 어떻게 볼까?'
걱정되기도 했어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안경을 쓴 루벤에 대한 편견을 갖지 않게 하기위해
잘 설명해줘야 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곧 깨달았어요.
아이들이 '다름'에 대해 편견을 가질 거라는 생각 자체가, 아이들을 향한 제 편견이었다는 것을요.
아이들은 루벤의 안경에 대해
호기심이나 관심을 거의 보이지 않았고
관심을 가진 아이가 있다면 그건
' It's so cool'
이라고 한마디 한 아이가 다 였습니다.
저는 그냥 웃으며 루벤에게 말했어요.
"루벤, 너 나랑 똑같이 안경 썼네!"
(저도 중학생 때부터 안경잡이였거든요.)
그리고 나눈 하이파이브로
모든 것이 충분했습니다.
우리는 며칠 후 종이를 돌돌말아
종이 안경을 만들어 쓰는 활동을 했습니다.
아이들이 나에게 가르쳐준 것
저는 소중한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백지처럼 맑고 순수한 아이들에게
편견을 심어주는 것은 다름 아닌
나같은 어른들이라는 사실을요.
아이들은 겉모습이나 작은 차이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안경을 썼던, 피부색이 다르던,
말투가 조금 다르던,
아이들은 그저 하나의 특징으로 받아들입니다.
아이들은
제 서툰 영어가
자신들의 부모님 영어와
사뭇 다르다는 것을 알 텐데도,
제 이야기에 집중해서 들어주고
가끔씩 올바른 표현으로 바꿔주거나
제가 떠올리지 못하는 뒷문장을
연결해주기도 합니다.
그들에게는 '다름'이 문제가 아니라,
그저 함께 웃고 놀 수 있는 또 다른 친구일 뿐입니다.
오히려 우리는 어른이 되어가면서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과 틀에
아이들을 맞추려고 하면서,
무의식중에 '다른 것은 이상하다'는
편견을 심어주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아이들은 다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서로의 특별함을 발견하고 즐깁니다.
그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면서,
나 역시 마음속에 쌓여 있던 불필요한 두려움과 고정관념을 내려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은 세상을 더 넓고 따뜻하게 바라보는 법을, 아무런 가르침 없이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사진출처 : 📸사진직접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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